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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나비 :: 세미막공, 총막공
엠나비를 보낼 때가 되었다. 아니 이미 보냈지. 하지만 보내고 싶지 않다.... 내 나비는 갔지만 난 나비를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버터플라이! 가지 마!
먼저 낮공 이야기. + 꼭 낮공 이야기뿐은 아닌 전반적 감상
- 인물들이, 그 중에서도 송이 처음부터 끝까지 슬펐다. 눈물이 흐르는지 아닌지만 갈릴 뿐 처음부터 끝까지 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 내가 참 좋아하는 장면들 중 하나인 오페라. 특히 동화배우의 송 오페라 장면은 정말 압권인데, 이날 낮공따라 더욱 더 박력 있었다. 단순히 노래만 오페라처럼 잘하는 게 아니라... 뭐라고 해야 하나. 그 장면에서 철저하게 압도당했다. 박수치고 싶어 나도 ㅠㅠ 같이 박수치게 해줘 ㅠㅠㅠㅠㅠㅠㅠㅠ 내 맘은 이미 이때 기립했음... 아, 적절한 말을 찾았다. "장절했다"
- 오페라 후 둘이 처음으로 대화하는 장면. 뭔가... 음.... 6/4 후기에도 썼고 앞으로 6/5 후기를 쓴다면 거기에도 이 말을 많이 적게 될 것 같지만, "감정적이었다".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듯도 하고... 마지막 3막에서의 재판 장면에서도 그렇지만 여기에서도, 송이 동양인으로써 서양인인 르네를 보다 준열하게 몰아세우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원래는 좀 더 드라이하게 비웃듯 말했던 거 같은데.
- 경극도 참 좋아하는 장면. 촥~ 하고 부채를 펼쳤다 접었다 해 가면서 송은 참 예쁘게 그리고 힘차게 춤을 춘다. 그리고 마지막에 음악이 느려지면서, 마치 공기 속으로 떠다니는 빛 알갱이 하나를 잡아 올리듯 콕 하늘을 집어올리는 그 마지막 손동작이 좋다. 그런데 막상 다 끝나면 바로 투두둑 투두둑 경극 의상을 잡아 뜯듯 벗는 송 릴링... 아니 꽃 ㅋㅋㅋㅋㅋㅋ 표정이랑 목소리, 대사는 다 송 릴링인데 옷 벗는게 남자야.. 정동화씨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정말 북경 오페라가 좋으세요? 그럼 다음주 목요일 공연 술 취한 미녀 보러 오세요. 오신다고 믿어도 되죠?" 이 전화 장면에서 처음에는 조금 심각하고 진지하게, 그리고 르네의 대답을 듣고 나서는 방긋 웃으면서 "하룻밤이 그렇게 길 수가 없었어요" 라고 말하던 송은 수화기를 내려놓자 표정이 차갑게 싹 식는다. 철저하게 계산된 송의 밀고 당기기.... 언니 멋져...? ㅋㅋ
- 초반에는 이런 방향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점차 후반으로 가면서 꽃송은 점점 소녀같아졌다. 특히 그런 느낌이 강했던 게 바로 "당신이 내 버터플라이요?" 라고 르네가 윽박지르는 장면. 르네의 강압적인 말투에 도망치는 새처럼 파드득 날아가 소파 위에 내려앉고, 조심스럽게 그의 말에 Yes라고 대답하는 꽃송. 그리고 르네가 보듬어 안으려고 하는 그 손길조차 두려워하며 "이번 승진은 다 당신 덕분"이라고 말하는 르네를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동그랗게 올려 뜬 눈으로 바라본다. 특히 맨 마지막에 언급한 그 부분에서 위로 올려 뜬 눈이... 정말 순진하고 순수해보여서, 소녀같다. 심지어 바로 다음에 "중국에서는 어머니들이 딸들을 가르쳐요, 남자가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지. 선생님이 좋아하게 최선을 다할게요" 라고 다분히 야하디 야한 말을 하는데도... 그것조차도 순수해보인다. 웃어른에게 칭찬을 받고 싶은 어린애처럼, 기념일에 줄 선물을 고심하는 소녀처럼. 야한 일을 해주겠다고, 성적인 무언가를 당신에게 제공하겠다는 뜻으로 들리지 않고 말 그대로 "당신이 좋아하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느낌.
- 하지만 조금 뒤 불을 좀 꺼달라는 부분부터는 분위기가 확실히 섹시해지는 것 같다. 특히 송이 제 몸을 자기 손으로 쓸어내리는 게... 근데 항상 난 이 부분에서 확실히 남자 몸이란 여자 몸이랑 느낌이 다르구나 하게 된다 ㅋㅋㅋㅋㅋㅋ 쓸어내리는 꽃 몸이 치파오에 담겨 있어도 너무 남자다워서 잠시 현실이 날 붙잡는다구...ㅋㅋㅋㅋ 아 섹시 하니까 생각났는데 "아, 똘체, 노떼" 하는 부분에서 백허그하고 르네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도 섹시함. 그리고 러브신.....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직전에 르네 다리 사이에 앉아서 한번 르네를 올려다보는 그 눈은 다시 소녀같다. 너님이 지금 하려는 게 야한 짓이라구요. 근데 왜 그런 토끼같은 눈으로 르네를 보니 ㅠㅠ 이러니 르네가 홀리지... 참, 이때 옆머리를 한번 쓸어올리는 동작이 참 섬세하고 여자다워서 좋았다.
- "손으로, 입으로, 말로 하기 힘든 다양한 방법으로" 에서는 원래 주연 세명들 중 꽃송만 쪽! 하고 귀여운 뽀뽀 소리를 냈는데 ㅋㅋㅋㅋㅋ 어느 순간부터 르네가 맞받아 쪽 소리를 내 주시더라. 그런데 이날 낮공때는 꽃송이 쪽 소리를 내지 않았음. 적어도 내 귀에는 안 들렸음 ㅋㅋㅋㅋ
- 그리고 뚤롱과 르네가 베트남 전쟁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송의 표정은 차갑게 내려앉아 있지만 그럼에도 부산스럽다 (절대 나쁜 의미로가 아니다). 머리를 또르르 굴리는 소리가 들릴 듯도 하다. 확실히 이 장면에서 송은 뚤롱과의 대화를 '엿듣고' 있구나 생각했다.
- 뚤롱과 르네의 술자리. 쨍하고 건배를 했는데 르네 잔이 깨졌다 ㄷㄷㄷㄷㄷㄷ 그래서 순간 정적.... 뚤롱이 "조... 조심해" 라고 대사처럼 말하셨음. 깜짝이야! 그래도 아무도 안 다쳤던 거 같으니 다행이다.
- 이건 언제부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요새 하도 연달아 봐서 ㅋㅋ) 중국에 변화가 시작되고 둘은 이별, 그리고 르네는 파리로 전근가게 되었을 때 르네는 한 달음에 송의 집으로 달려가 주위를 둘러보다 절망스럽게 소파에 주저앉는다. 그리고 무대 다른 편에서는 송의 인민재판이 시작된다. 이 장면을 여태까지는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이날에 와서 아, 르네가 전근가게 되어서 송을 필사적으로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던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 헬가와 르네의 이혼. 이 장면에서 헬가는 가면 갈수록 더 불쌍하다... 중국! 아름다워! 향도 좋아! 할 때도 이제는 웃음이 안 난다... 헬가가 자기도 중국에 있을 때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할 때 르네는 집중해서 듣지 않는다. 멍하게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을 하고 르네는 뭘 생각하나? 중국에 있었을 때의 자기 자신? 버터플라이와 함께한 날들?
- 르네와 송이 재회한 뒤 송이 "변신해야만 해요"라고 선언하는 장면. 울부짖는 르네를 뿌리치며 송 역시 울고 있다. 내가, 변신해야만 해요... 하고 말끝은 떨리고 흐려진다. 특히 르네의 머리를 꾹 감싸안는 그 팔이 애달프다. 반면 "난 한번도 당신 하잔대로 한 적 없었어요"라고 말할때는 단호하고 격정적이다 마치 화라도 내는 것처럼. 하지만 화내듯 말한다고 해도 그건 아마 슬픔에서 우러나오는 분노겠지. 왜? 르네가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 변신 후 재판. 이전 후기에도 썼듯 그리고 이 후기에도 썼듯 요새 꽃송은 이 장면에서 감정적이다. 우는 건지 화내는 건지 목소리는 감정이 실려 조금씩 떨린다. 송은 그렇게 낮은 목소리, 하지만 격정적인 목소리로 서양 사람인 뚤롱, 그리고 그 자리에는 없지만 르네를 몰아세우고 비웃는다. 하지만 그 감정은 꽃다송이 재판 장면에서 그러는 것처럼 객관적이고 냉정한 존재의 분노와 비웃음이 아니라, 자기 자신 역시 자조하는 그런 비웃음이다. 말이 이상한가? 그러니까 꽃다송이 분노하고 비웃을 때 그 분노와 비웃음은 절대적으로 정당해보인다. 냉정한 판단을 근거로 하며, 무결한 피해자 동양 사람으로써 자신에게 놀아난 서양을 비웃는다. 하지만 꽃송이 서양과 르네를 비웃을 때는 그 안에 (그런 서양과 르네의 속성을 이용했던 자기 자신, 그리고 끝내는 르네에게 마음을 준) 자기 자신까지 포함시켜서 그 한 꾸러미를 다 조소하고 이에 분노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더 슬퍼보인다. 말끝이 흐려지는 첫 답변()과 마지막 답변(그는, 물어보지 않았습니다...)이 특히 서글프다. 이 때 확실히, 아 울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아시잖습니까 재판장님. 그는,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이 대사가 슬프다. (사실 희곡 보면 오역인데도!!!) 르네는 송이 무엇인지, 누구인지 물어보지 않았다. 송에 대해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송이 무엇인지 덮어두고 바라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본질은 내치고 환상 속에서만 살고 싶었으니까. 송은 세상에서 다시 없을 정도로 사랑받았지만, 그 사랑은 진정한 송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라고 하면 너무 과대해석인가? ㅋㅋ
- "모험적인 제국주의자님, 말해보세요. 여기까지 오는데 왜 이리 오래 걸렸죠?" 이 대사 참 좋아한다. 나의 본질에 도달하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죠? 라고 들린다.
- "어디 자그마한 까페라도 있었으면" 초반 장면의 되풀이, 르네는 다시 최면에 걸리는 이 장면. 꽃송은 다 젖은 얼굴로 방끗, 활짝 웃는다. 눈물자국을 우는 모습을 숨기려는 듯이 더 활짝, 꽃같이 웃는다. (근데 이때 왜 사람들이 웃었을까??????? 난 울면서 웃는, 또는 웃으면서 우는 그 모습에 맘이 미어질거 같았는데.....)
- 둘의 대치는 다시 쓸 필요가 없을 듯하다 (이전의 감상과 겹칠 것 같아서). 구체적으로 기억에 남는 디테일은 없고... 그냥 그 감정이 너무 좋았다. 처절하고 절절하게 슬퍼하면서 날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송과 (그래서 이 장면은 점점 슬퍼진다), 그런 송을 아무리 해도 인정할 수 없었던 르네. "당신이든, 당신이 아닌 누구든, 똑똑히 잘" 들으라며 환상을 선택했음을 선언하면서도 송이 실망했다고 하는 말에 다시 아파하는 르네...
- 버터플라이? 버터플라이....
***
밤공, 총막
기억이 안 난다. 이때 멘붕이 일어나고 있었으니... ㅋㅋ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다 좋았다. 중간중간 대사가 씹히기도 했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그 긴장과 인물들의 감정 흐름이.... 정말 좋았다. 송은 막공에서도 슬펐지만 세미막만큼은 아니었다. 아 그리고 뚤롱과 르네가 술마시는 장면에서 르네 잔이 깨졌기 때문인지 대사 순서 같은 게 좀 바뀌었었다. 짠을 아예 안 했나? 뭐 그랬던듯.
커튼콜 하러 나오는데 헬가 배우님과 송의 동화배우는 눈가가 빨갛게 되어 울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아, 끝이 났구나, 정말 끝이구나, 싶어서 나도 멘탈에 무리가 오더라.
잠깐이나마 무대인사 있어서 좋았다. 비록 못 왔지만 다현배우 챙기고 박수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그리고 멘트 적은 종이를 주섬주섬 꺼내는 영민배우님이 참 귀여우셨다... ㅋㅋㅋㅋㅋ 여러분은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ㅠㅠㅠㅠㅠㅠㅠㅠ
막공 후기에 뭘 더 써야 할까? 기억나는게 없는데....
이 극을 만나게 되어 정말 행복했다. 이 극을, 이 연출로, 이 캐스트로, 이 극장에서, 이 사람들과 함께 달릴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엠나비를 보내고 싶지 않다... 인생의 연극으로 손꼽을만한 극들을 두 편 연달아 만난 건 행운일까 불행일까? 어느 쪽이었던 간에 엠나비가 있어서 행복했다.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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