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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나비 :: 꽃송 자체 4회차, 관대
* 당연히 스포일러 만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스포!
- 왜일까? 대체 왜일까? 오늘 정말 긴장감이 쩔었다. 더불어 감정선도.... 그걸 따라가다 따라가다 너무 힘들어서 마지막에는 탈진함.
- 오늘 왜인지 참 향이 진했다 (참 진한 향... ㅠㅠㅠㅠㅠㅠㅠ) 나중에는 눈이 따끔할 정도로.
- 포도주 병에 엠나비 로고가 박혀 있는걸 이제야 봤다 ㅋㅋ
- 마음을 확인하던 8주만의 만남 장면에서 르네는 송(의 얼굴)을 어루만지려 손을 뻗는다. 그 동작은 부드럽지만 송은 마치 때리는 손을 피하듯 깜짝 놀라며 흠칫 얼굴을 움직여 피한다. 오늘따라 그 모습이 눈에 밟혔다. 이런 소소한 송의 행동이 르네를 '두려운 사람/절대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르네는 이에 만족하는 게 아닐까. 찌질한 왕따였던 르네 갈리마르는 송 앞에서는 위대하고 절대적인,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남자가 될 수 있다. 새삼스러운 이야기를 왜 또 하냐고? 그냥 저 장면이 오늘 확 보여서 ㅋㅋ
- 하지만 그렇게 순종적이고 연약하고 섬세, 고결한 송은 바로 다음 순간 "바보는 아니예요. 선생님이 만족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라고 말한다. 그리고 능숙하게 르네의 옷을 벗기고 그를 만족시킨다. 술자리에서 들릴법한 '최고의 아내는 낮에는 성녀, 밤에는 매춘부'라는 말 (맞나? 사실 어디서 주워 듣긴 했는데 확신이 없어서... 아무튼 고귀하고 순결한 동시에 성적으로는 잘 만족시켜주어야 한다는 그런 류의 말 -_-;;) 의 송 릴링 버젼인가!
- 내가 엠나비에서 3막 (송의 변신) 이전의 장면들 중 가장 좋아하는 건 1. 나비부인 아리아를 부르는 송 (너무 잘 불러! 특히 꽃송! 꽃송은 이 때가 가장 여자같다 ㅋㅋ) 2. 경극을 하는 송 3. '벗으라'고 해놓고 벗기지 못하고 멘붕하는 르네 이정도인데! (어디까지나 지금 이 순간의 내 맘이 기준이다 매번 바뀌니까 ㅋㅋㅋㅋ) 특히 3에서 "보여줘, 다 벗은 거" -> "내가 다 잘못했어" 라고 '벌레같이 기어가 용서를 비는' 장면이 좋다. 결국 그 옷을 벗기지 못하는 르네의 마음(여기서 이미 르네는 그 옷을 벗기면 자신의 환상은 박살이 날 것임을 예감하는 것 같다)과, '사랑과 흡사한' 감정을 느끼는 그 모습이 정말 좋다. 이 부분 영민배우님 연기가 정말, 맘을 아리게 한다. (그래서 과연 그 감정은 사랑이었을까? 이 장면에서 르네는 1차적으로 실제와 환상 중에서 환상을 택하게 되는데, 그때 느끼는 감정이 '"사랑"과 "흡사"한' 것이라는 게 의미심장하다. 사랑에 방점을 찍어서 사랑을 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해도 납득이 가고, 흡사하다는 말에 무게를 두어 사랑의 탈을 쓴 거짓된 감정이라고 생각해도 이해가 간다.)
- 여기서 꽃송 연기도 참 좋은데 오늘은 특히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난 아무런 힘도 없어요!" 하고 르네의 처분을 기다리듯 소파 위에 누워있을 땐 긴장으로 숨을 참고 있다가, 르네가 옷 벗기는 걸 포기하고 용서를 빌자 가쁜 숨을 내쉬는 그 모습이 좋았다. "임신했어요. 임신..했어요. 임신했어요." 라는 세 호흡도 오늘 참 와닿았다. 현재를 무마하기 위해 거의 무의식적으로 도박을 하듯 빠르게 던지는 한 수, 자신과 르네 모두에게 확신을 주듯 절실하게 다시 한 번, 그리고 쐐기를 박듯 마지막으로 다시. 이 절실함이 바로 뒤에 미쓰 친과의 대화에서도 이어진다.
- 방금 절실하다는 표현을 여러번 썼는데, 꽃다와 꽃송의 노선 차이는 이 절실함이 키워드가 아닌가 싶다. 꽃송은 르네를 대할 때나 미쓰 친을 대할 때 더 절실해 보이고, 꽃다송은 조금 건조하고 더 (스파이와 배우로써) 프로페셔널해보인다.(사족: 이건 더 절실하다 아니다의 이야기일 뿐, 난 꽃다송 역시 르네를 사랑(혹은 동화배우가 표현한대로 연민?)했으리라 생각한다. 막상 꽃다송 노선을 보니 생각보다는 노선 차이가 크지 않아서... 한번 더 봐야 생각을 정리하겠지만.)
- 여전히 재판 장면은 지적이고, 위트있고, 엘리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남자 차림을 한 송은 처음 북경 오페라를 마치고 내려오는 장면에서 송이 가지고 있었던 그 처음의 이미지를 다시 획득한다.(아예 초반의 장면을 다시 되풀이도 하고 있고..) 도회적이고, 세련되고, 서양과 동양 혹은 남성과 여성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며 그 모순을 비웃고 있으며 이를 이용할 줄 아는 송 릴링. 초반에 형성된 이런 이미지는 르네와 송의 애정 관계가 쌓아올라가는 과정에서 '처음과는 사뭇 다른 기조죠? 송은 확실히 열등감을 갖고 있습니다. 프랑스 여자들과, 저에 대해서 말이죠!' 라든지 '대담한 척 서양 여자 가면을 써 보지만... 선생님, 저는 천생 동양 여자예요' 라는 대사와 그에 걸맞는 송의 태도를 통해 점점 사라진다. 하지만 남자 모습을 한 송은 다시 그만큼 도도하고 당당해진다. 사실 이게 송의 본질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그 첫인상에 홀린 르네는 사실, 송의 진짜 모습에 눈길을 빼앗긴 건 아니었을까.(꼭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아니다. 그냥 그런 해석의 가능성도 있지 않나 싶어서.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그 일시적인 충동을 구체화시키고 20년을 넘는 세월 동안 유지시킨 것은 송과 르네가 합작하여 만들어낸 바로 그 환상이었겠지만...)
- 3막은 절실하고, 절박하며, 처절하다. 물론 이상향(이상형의 오타 아님. 자신의 이상에 꼭 맞는 여인인 송과 사랑하며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만의 이상향)을 잃고 싶지 않아서 현실보다 환상을 택한 르네의 절규도 그렇지만, 오늘은 그보다 르네의 멱살을 쥐어 내팽겨치고, 자신을 꿰뚫어보라고 소리치는 송이 그랬다. 특히 르네의 눈을 가리고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게 하는 장면에서. 르네가 손끝의 감촉으로 자신을 버터플라이라고 알아볼 때 송의 입가는 부드럽게 풀어지고 그 얼굴에는 잠시간 안도가 깃든다. 하지만 그 평온은 몇 초 내로 깨어진다. 햄버거가 햄버거이듯 현실로써 존재하는 송은 결국 르네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송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당신에게 실망했다고 조소를 날리지만 그 조소는 르네를 향한 것이기보다는 르네를 믿었던 자기 자신에게 흘리는 것처럼 보인다. 20여년을 속고 이용당한 르네보다, 말 그대로 벌거벗고 그 알몸뚱이인 본질을 내비쳤는데도 (그래, 말 그대로 송은 르네에게 수치심을 바쳤구나. 음 내가 쓰면서도 아 밤이고 기가 빨려서 내가 너무 많이 나갔구나 싶지만.. ㅋㅋ) 거부당한 송이 더 불쌍한 건 어찌된 일일까.
- 20년 동안 당신의 말을 들었지 않냐고, "이제 휴가를 좀 주"라는 대사를 오늘 처음으로 제대로 들었다.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대사. 오늘 왜 귓가에 꽂혔을까.
- 그나저나 오늘은 맨 아래 단추 하나만 채운 꽃송.... 어머 *-_-* 좋았음을 부정할 수 없네!!
- 마지막 씬에서 송의 "버터플라이.... 버터플라이." 이 부분, 여태까지 본 중에 내게 가장 잘 전달이 됐다. 환상 속의 나비부인, 결국 송 릴링이라는 나비부인을 꿈꾸다 본인이 나비부인이 되어버린 르네를 부르는 송. 이렇게 써놓고 보니 장자랑 닮았네.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이건 다른 형태의 호접지몽인가? 이 때 담배 연기를 뿜어내는 송의 자태(자태, 돋는 표현인데 내 맘을 설명하기에 매우 적절하다)가 너무 매혹적이다. 그리고 초반에 르네에게 담배연기를 뿜는 송과 똑같이 겹쳐진다.
- 정확히 어떤 부분이 추가되었는지는 전혀~ 모르겠는데, 디테일이 뭔가 풍부해진 느낌이었다. 뭐였을까? 눈에 확 들어오게 바뀐 부분은 없었는데 말이지. 그냥 오늘 느껴지는 감정이 너무 다채롭고 풍부해서 그렇게 생각되는 걸까.
- 뭔가 더 있었을텐데..... 더 이상은 못 쓰겠다. 빈칸은 나중에 채우자!
- 오늘의 한줄요약 :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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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대 이야기.
관대 내용은 뭐 정리된 게 올라오겠지. 지난번에 비해 내가 궁금했던 내용이 많이 다뤄져서 좋았다. 이 내용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을 적고 싶은데 지금은 기가 너무 빨려서....
일단 *관대 내용 외에 내 맘을 찌른 것* : 꽃의 "아무데나 갖다 붙이세요", 질문을 잘못 이해해서 한참 답하다가 "아 제가 헛소리를 했네요" 하던 꽃(근데 그 이야기 좋았어요), 시종일관 송 이야기가 나오면 꽃의 손목을 잡으며 말을 시작하던 연출님, 목걸이 고리를 못 풀어서 한참 잡고 있다가 해당 관객 앞까지 가서, 얼굴을 맞대고... 뭐라고 해야 하나, 뒤 돌라고 하지 않고 앞에서부터 목걸이를 걸어주던 꽃(꽃다때와는 또 다른 섹시함... 3인 3색 유부들 같으니..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어느 부분에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많이 웃던 꽃. 꽃은 웃을 때 제일 예쁘다 (누가 꽃 아니랄까봐!) 1막 르네 대사대로 "데려다가 방긋 웃을때까지 보살피고도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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