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서라도 그리고 간단하게라도 후기를 남겨놔야겠다고 밀린 후기쓰기에 착수했다 ㅋㅋ

*스포 다량 함유! 아마도!*


5/17

김종욱찾기 :: 정동화, 임강희, 임기홍


한번 혼자 보고 너무 좋았어서 ㅅ님에게 뽐뿌에 이어 뽐뿌에 이어 뽐뿌에 뽐뿌를 넣어!! (핏. 톰) 영업에 성공했다. ㅅ님에게 로코를 보게 만든 여자야 나!!!! 하지만 이 영광을 동화배우에게 돌립니다... ㅋㅋㅋㅋㅋㅋ 로코가 전혀 취향이 아닌 사람들 (나 포함) 에게 로코를 보게 만든 건 다 꽃의 힘!!!

이 날 단체관람이 있었는지 객석이 거의 꽉꽉 찼다. 앞열은 (우리 포함) 덕들이 있었겠지만 뒷열은 다 일반인인 느낌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워낙 축제 분위기인 극이니까... ㅋㅋㅋㅋ 호응 많은게 배우도 즐겁고 관객들 스스로도 즐겁고 뭐 그러니까!!! 예상했던 그대로 시종일관 즐겁게 즐겁게~ 호응 쩔게~ 그렇게 진행됐다 즐거웠다! ........하지만 정동화가 첫사랑 이야기하는 참 짠하고 마음 울리는 넘버에서 웃는 건......... 음.......... 극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같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왜 거기서 웃어요? 내 웃음포인트가 이상한가? 엠나비에서도 참 이해안되는 포인트에서 웃어제끼는 사람들이 많더니...

- 여전히 달콤한 정동화/김종욱의 정동화 배우. 가끔 꽃이 꽃인 이유는 이름에 화자가 들어가서가 아니라 성대에 꿀을 발랐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 극을 보면서 다시 한번 그런 생각을 했다 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어쩌면 목소리가 저렇게 달달하지? 특히 눈을 꼭 감고 약간 인상을 쓰면서 달콤하게 가성으로 고음을 올리면....... 너무 좋다 ㅠㅠㅠㅠㅠㅠㅠㅠ 주변 사람들의 표현을 빌려 오자면 너무 달콤해서 당뇨에 걸릴 것 같다 ㅠㅠㅠㅋㅋㅋㅋㅋㅋ 

- 임강희 배우도 여전히 당차고 꿋꿋한 군인의 딸 ㅋㅋㅋㅋ 을 보여주심. 이분 노랫소리 좋다... 연기도 좋다. 하지만 이 캐릭터 자체가 날 좀 건드리는 캐릭터라서...ㅠㅠㅠㅠㅠㅠ 답답하다구!!!! 얼른 잡아!!! 운명일까 아닐까 시험하지 마!!!! 그냥 잡아!!!!.... 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보게된다 ㅋㅋㅋ

- 멀티맨의 정석이자 이분 = 멀티맨이라는! 임기홍 배우님. 확실히 최연동 배우님보다 능숙하게 1인 22역을 완수해 내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엄마오리 효과도 있겠고 ㅋㅋㅋㅋ) 오히려 최연동 배우의 22역이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았던 그 느낌이 웃겼던 거라 좀 덜 웃었다. 아 물론 두번째 보는 거라 이미 다음 장면을 예상 가능했다는 점도 크겠지만 ㅋㅋ

- 동화배우는 정말 잘 운다.... 그리고 그게 좋다 ㅋㅋ 첫사랑 넘버를 부르면서 주르륵 눈물이 흐르더라 ㅠㅠ (아, 내가 아니라 정동화씨가... ㅋㅋ) 그 사람과 부디 행복해야 해요... ㅜㅜ

- 참, 이날 극 후반에 민증을 탕 하고 책상에 내려놓는 장면에서 힘이 과했는지.... 민증이 날아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슝~~~~~


***


5/26

김종욱찾기 :: 정동화, 임강희, 최연동


로코를 회전문 도는 나... ㅋㅋ 이 날은 ㅇ님과 함께 보러 갔다. 같이 보자 보자 하고 여러번 계획을 짜봤는데 ㅇ님이 워낙 바쁘셔서 생각보다 늦어짐. 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이 날은 객석이 조금만 차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넘버마다 호응 많기보다는 관객들이 다 극 흐름(+배우)에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었다는 느낌. 물론 나 역시 그렇게 집중하면서... 뚫어져라 꽃을 보면서 ㅋㅋㅋㅋㅋ 관람했다 ㅋㅋ

이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최연동 배우의 "동/방/신기 4장 31절 거부할 수 없는 너의 마력은 루시퍼! ....사탄아 물러가라!!!!!!!!!!!!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전에는 다른 버젼이었던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외 기억나는 디테일이... 엄... 따로 없다! 그냥 즐거웠다 재밌었다 정동화/김종욱 훈훈하다!

아, 자체첫공 찍을때부터 궁금한 점은 1. 일본 가는 비행기 기내식에 선택권이 존재하나? 2. 그렇게 음료수 종류가 많아???...(아, 1, 2는 이코노미석이 아니면 해결되는건가? 비지니스석부터는 일본노선도 저런거 다 되나?) 3. 철학과인거랑 운명 안 믿은 거랑 뭔 상관... 4. 의대랑 약 안 사용한거랑 뭔 상관... 5. 영문과인거랑 4개국어랑 뭔 상관... 6. 그렇게 뱅기표 쭉쭉 찢어도 되나? 7. 그렇게 거래해도 비행기 탈 수 있음? ㅋㅋㅋㅋㅋㅋ

여러모로 의문은 많지만 그렇다고 극에 태클을 걸고 싶다는 건 아니다 ㅋㅋㅋㅋㅋㅋ 이 극 무지 좋아... 즐거워!!!! 재밌어!!!! 안 오글거려!!!!!! 저런 요소요소를 뜯어보면 음? 이거 현실적으로 이건 아니지 ㅋㅋㅋㅋ 싶은 것들이 있는데도, 그리고 사실 끝의 끝까지 보면 정말 낭만적으로 운명을 긍정하고 있는데도, 이 극의 인물들에게서 우리 곁 어딘가에 있을 법한 현실의 냄새가 훅 난다. 그리고 그게 참 좋다!



Posted by 눈꽃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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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엠나비 :: 세미막공, 총막공


엠나비를 보낼 때가 되었다. 아니 이미 보냈지. 하지만 보내고 싶지 않다.... 내 나비는 갔지만 난 나비를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버터플라이! 가지 마!


먼저 낮공 이야기. + 꼭 낮공 이야기뿐은 아닌 전반적 감상


- 인물들이, 그 중에서도 송이 처음부터 끝까지 슬펐다. 눈물이 흐르는지 아닌지만 갈릴 뿐 처음부터 끝까지 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 내가 참 좋아하는 장면들 중 하나인 오페라. 특히 동화배우의 송 오페라 장면은 정말 압권인데, 이날 낮공따라 더욱 더 박력 있었다. 단순히 노래만 오페라처럼 잘하는 게 아니라... 뭐라고 해야 하나. 그 장면에서 철저하게 압도당했다. 박수치고 싶어 나도 ㅠㅠ 같이 박수치게 해줘 ㅠㅠㅠㅠㅠㅠㅠㅠ 내 맘은 이미 이때 기립했음... 아, 적절한 말을 찾았다. "장절했다"

- 오페라 후 둘이 처음으로 대화하는 장면. 뭔가... 음.... 6/4 후기에도 썼고 앞으로 6/5 후기를 쓴다면 거기에도 이 말을 많이 적게 될 것 같지만, "감정적이었다".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듯도 하고... 마지막 3막에서의 재판 장면에서도 그렇지만 여기에서도, 송이 동양인으로써 서양인인 르네를 보다 준열하게 몰아세우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원래는 좀 더 드라이하게 비웃듯 말했던 거 같은데.

- 경극도 참 좋아하는 장면. 촥~ 하고 부채를 펼쳤다 접었다 해 가면서 송은 참 예쁘게 그리고 힘차게 춤을 춘다. 그리고 마지막에 음악이 느려지면서, 마치 공기 속으로 떠다니는 빛 알갱이 하나를 잡아 올리듯 콕 하늘을 집어올리는 그 마지막 손동작이 좋다. 그런데 막상 다 끝나면 바로 투두둑 투두둑 경극 의상을 잡아 뜯듯 벗는 송 릴링... 아니 꽃 ㅋㅋㅋㅋㅋㅋ 표정이랑 목소리, 대사는 다 송 릴링인데 옷 벗는게 남자야.. 정동화씨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정말 북경 오페라가 좋으세요? 그럼 다음주 목요일 공연 술 취한 미녀 보러 오세요. 오신다고 믿어도 되죠?" 이 전화 장면에서 처음에는 조금 심각하고 진지하게, 그리고 르네의 대답을 듣고 나서는 방긋 웃으면서 "하룻밤이 그렇게 길 수가 없었어요" 라고 말하던 송은 수화기를 내려놓자 표정이 차갑게 싹 식는다. 철저하게 계산된 송의 밀고 당기기.... 언니 멋져...? ㅋㅋ

- 초반에는 이런 방향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점차 후반으로 가면서 꽃송은 점점 소녀같아졌다. 특히 그런 느낌이 강했던 게 바로 "당신이 내 버터플라이요?" 라고 르네가 윽박지르는 장면. 르네의 강압적인 말투에 도망치는 새처럼 파드득 날아가 소파 위에 내려앉고, 조심스럽게 그의 말에 Yes라고 대답하는 꽃송. 그리고 르네가 보듬어 안으려고 하는 그 손길조차 두려워하며 "이번 승진은 다 당신 덕분"이라고 말하는 르네를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동그랗게 올려 뜬 눈으로 바라본다. 특히 맨 마지막에 언급한 그 부분에서 위로 올려 뜬 눈이... 정말 순진하고 순수해보여서, 소녀같다. 심지어 바로 다음에 "중국에서는 어머니들이 딸들을 가르쳐요, 남자가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지. 선생님이 좋아하게 최선을 다할게요" 라고 다분히 야하디 야한 말을 하는데도... 그것조차도 순수해보인다. 웃어른에게 칭찬을 받고 싶은 어린애처럼, 기념일에 줄 선물을 고심하는 소녀처럼. 야한 일을 해주겠다고, 성적인 무언가를 당신에게 제공하겠다는 뜻으로 들리지 않고 말 그대로 "당신이 좋아하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느낌.

- 하지만 조금 뒤 불을 좀 꺼달라는 부분부터는 분위기가 확실히 섹시해지는 것 같다. 특히 송이 제 몸을 자기 손으로 쓸어내리는 게... 근데 항상 난 이 부분에서 확실히 남자 몸이란 여자 몸이랑 느낌이 다르구나 하게 된다 ㅋㅋㅋㅋㅋㅋ 쓸어내리는 꽃 몸이 치파오에 담겨 있어도 너무 남자다워서 잠시 현실이 날 붙잡는다구...ㅋㅋㅋㅋ 아 섹시 하니까 생각났는데 "아, 똘체, 노떼" 하는 부분에서 백허그하고 르네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도 섹시함. 그리고 러브신.....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직전에 르네 다리 사이에 앉아서 한번 르네를 올려다보는 그 눈은 다시 소녀같다. 너님이 지금 하려는 게 야한 짓이라구요. 근데 왜 그런 토끼같은 눈으로 르네를 보니 ㅠㅠ 이러니 르네가 홀리지... 참, 이때 옆머리를 한번 쓸어올리는 동작이 참 섬세하고 여자다워서 좋았다.

- "손으로, 입으로, 말로 하기 힘든 다양한 방법으로" 에서는 원래 주연 세명들 중 꽃송만 쪽! 하고 귀여운 뽀뽀 소리를 냈는데 ㅋㅋㅋㅋㅋ 어느 순간부터 르네가 맞받아 쪽 소리를 내 주시더라. 그런데 이날 낮공때는 꽃송이 쪽 소리를 내지 않았음. 적어도 내 귀에는 안 들렸음 ㅋㅋㅋㅋ

- 그리고 뚤롱과 르네가 베트남 전쟁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송의 표정은 차갑게 내려앉아 있지만 그럼에도 부산스럽다 (절대 나쁜 의미로가 아니다). 머리를 또르르 굴리는 소리가 들릴 듯도 하다. 확실히 이 장면에서 송은 뚤롱과의 대화를 '엿듣고' 있구나 생각했다.

- 뚤롱과 르네의 술자리. 쨍하고 건배를 했는데 르네 잔이 깨졌다 ㄷㄷㄷㄷㄷㄷ 그래서 순간 정적.... 뚤롱이 "조... 조심해" 라고 대사처럼 말하셨음. 깜짝이야! 그래도 아무도 안 다쳤던 거 같으니 다행이다.

- 이건 언제부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요새 하도 연달아 봐서 ㅋㅋ) 중국에 변화가 시작되고 둘은 이별, 그리고 르네는 파리로 전근가게 되었을 때 르네는 한 달음에 송의 집으로 달려가 주위를 둘러보다 절망스럽게 소파에 주저앉는다. 그리고 무대 다른 편에서는 송의 인민재판이 시작된다. 이 장면을 여태까지는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이날에 와서 아, 르네가 전근가게 되어서 송을 필사적으로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던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 헬가와 르네의 이혼. 이 장면에서 헬가는 가면 갈수록 더 불쌍하다... 중국! 아름다워! 향도 좋아! 할 때도 이제는 웃음이 안 난다... 헬가가 자기도 중국에 있을 때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할 때 르네는 집중해서 듣지 않는다. 멍하게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을 하고 르네는 뭘 생각하나? 중국에 있었을 때의 자기 자신? 버터플라이와 함께한 날들?

- 르네와 송이 재회한 뒤 송이 "변신해야만 해요"라고 선언하는 장면. 울부짖는 르네를 뿌리치며 송 역시 울고 있다. 내가, 변신해야만 해요... 하고 말끝은 떨리고 흐려진다. 특히 르네의 머리를 꾹 감싸안는 그 팔이 애달프다. 반면 "난 한번도 당신 하잔대로 한 적 없었어요"라고 말할때는 단호하고 격정적이다 마치 화라도 내는 것처럼. 하지만 화내듯 말한다고 해도 그건 아마 슬픔에서 우러나오는 분노겠지. 왜? 르네가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 변신 후 재판. 이전 후기에도 썼듯 그리고 이 후기에도 썼듯 요새 꽃송은 이 장면에서 감정적이다. 우는 건지 화내는 건지 목소리는 감정이 실려 조금씩 떨린다. 송은 그렇게 낮은 목소리, 하지만 격정적인 목소리로 서양 사람인 뚤롱, 그리고 그 자리에는 없지만 르네를 몰아세우고 비웃는다. 하지만 그 감정은 꽃다송이 재판 장면에서 그러는 것처럼 객관적이고 냉정한 존재의 분노와 비웃음이 아니라, 자기 자신 역시 자조하는 그런 비웃음이다. 말이 이상한가? 그러니까 꽃다송이 분노하고 비웃을 때 그 분노와 비웃음은 절대적으로 정당해보인다. 냉정한 판단을 근거로 하며, 무결한 피해자 동양 사람으로써 자신에게 놀아난 서양을 비웃는다. 하지만 꽃송이 서양과 르네를 비웃을 때는 그 안에 (그런 서양과 르네의 속성을 이용했던 자기 자신, 그리고 끝내는 르네에게 마음을 준) 자기 자신까지 포함시켜서 그 한 꾸러미를 다 조소하고 이에 분노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더 슬퍼보인다. 말끝이 흐려지는 첫 답변()과 마지막 답변(그는, 물어보지 않았습니다...)이 특히 서글프다. 이 때 확실히, 아 울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아시잖습니까 재판장님. 그는,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이 대사가 슬프다. (사실 희곡 보면 오역인데도!!!) 르네는 송이 무엇인지, 누구인지 물어보지 않았다. 송에 대해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송이 무엇인지 덮어두고 바라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본질은 내치고 환상 속에서만 살고 싶었으니까. 송은 세상에서 다시 없을 정도로 사랑받았지만, 그 사랑은 진정한 송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라고 하면 너무 과대해석인가? ㅋㅋ

- "모험적인 제국주의자님, 말해보세요. 여기까지 오는데 왜 이리 오래 걸렸죠?" 이 대사 참 좋아한다. 나의 본질에 도달하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죠? 라고 들린다.

- "어디 자그마한 까페라도 있었으면" 초반 장면의 되풀이, 르네는 다시 최면에 걸리는 이 장면. 꽃송은 다 젖은 얼굴로 방끗, 활짝 웃는다. 눈물자국을 우는 모습을 숨기려는 듯이 더 활짝, 꽃같이 웃는다. (근데 이때 왜 사람들이 웃었을까??????? 난 울면서 웃는, 또는 웃으면서 우는 그 모습에 맘이 미어질거 같았는데.....)

- 둘의 대치는 다시 쓸 필요가 없을 듯하다 (이전의 감상과 겹칠 것 같아서). 구체적으로 기억에 남는 디테일은 없고... 그냥 그 감정이 너무 좋았다. 처절하고 절절하게 슬퍼하면서 날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송과 (그래서 이 장면은 점점 슬퍼진다), 그런 송을 아무리 해도 인정할 수 없었던 르네. "당신이든, 당신이 아닌 누구든, 똑똑히 잘" 들으라며 환상을 선택했음을 선언하면서도 송이 실망했다고 하는 말에 다시 아파하는 르네...

- 버터플라이? 버터플라이....


***


밤공, 총막


기억이 안 난다. 이때 멘붕이 일어나고 있었으니... ㅋㅋ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다 좋았다. 중간중간 대사가 씹히기도 했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그 긴장과 인물들의 감정 흐름이.... 정말 좋았다. 송은 막공에서도 슬펐지만 세미막만큼은 아니었다. 아 그리고 뚤롱과 르네가 술마시는 장면에서 르네 잔이 깨졌기 때문인지 대사 순서 같은 게 좀 바뀌었었다. 짠을 아예 안 했나? 뭐 그랬던듯.

커튼콜 하러 나오는데 헬가 배우님과 송의 동화배우는 눈가가 빨갛게 되어 울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아, 끝이 났구나, 정말 끝이구나, 싶어서 나도 멘탈에 무리가 오더라.

잠깐이나마 무대인사 있어서 좋았다. 비록 못 왔지만 다현배우 챙기고 박수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그리고 멘트 적은 종이를 주섬주섬 꺼내는 영민배우님이 참 귀여우셨다... ㅋㅋㅋㅋㅋ 여러분은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ㅠㅠㅠㅠㅠㅠㅠㅠ

막공 후기에 뭘 더 써야 할까? 기억나는게 없는데....

이 극을 만나게 되어 정말 행복했다. 이 극을, 이 연출로, 이 캐스트로, 이 극장에서, 이 사람들과 함께 달릴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엠나비를 보내고 싶지 않다... 인생의 연극으로 손꼽을만한 극들을 두 편 연달아 만난 건 행운일까 불행일까? 어느 쪽이었던 간에 엠나비가 있어서 행복했다.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Posted by 눈꽃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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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 날짜를 잘못 적었었다! 4일 후기가 맞음.

엠나비 :: 꽃송


*다 스포*


31일 봤을때 꽃송이 좀 통통 튀는 느낌, 대사가 전반적으로 다 빠른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제 페이스로 다시 돌아간 것처럼 느껴졌다. 오늘 정말 좋았다, 여러 모로. 어디가 좋았다고 딱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냥 다 좋았다. 특히 3막이 참 폭풍같이 휘몰아쳤다.

사실 오늘도 관객들은 묘한 부분에서 빵 터졌는데 최대의 포인트는 내가 "변신"해야만 한다는 부분이었다. 사실 난 여기서 왜 터지는지 정말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다 ㅠㅠ 그런데 ㅅ님의 말을 빌자면 '관객들이 웃든 말든 이 극을 이끌어나가겠다는 배우들의 의지'가 승리했던 것 같다. 그 뒤로 관객들은 그리 웃지 않았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웃기는 재판씬에서 조금 외에는) 심지어는 어느 공연을 가도 조금씩은 반응이 있기 마련이었던 옷 벗어던지는 장면에서도 웃지 않았다. 그만큼 박력 넘치는 3막이었다.

- 참, 바로 그 변신해야 한다는 장면에서 여전히 송은 슬프다. 송은 변신하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 환상 속에, 그러니까 자신 역시 르네에게 아직 사랑받고 있는 그 환상 속에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은 것은 송 역시 마찬가지인지도 모른다. 이 극은 현재시점과 과거를 오가고 이 변신해야 한다는 송은 어느 시점에도 속하지 않은 채 붕 떠 있는 (하지만 굳이 따지면 현재 시점일라나?) 인물이니까 '변신이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는지'를 이미 알고 있겠지...

- 오늘 르네는 격렬했다. 내가 집어삼켜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초반에 당신이 내 버터플라이냐고 물을 때도, 송의 옷을 결국 벗기지 않았을 때도, 3막에 멘붕을 겪을 때도, 악을 쓰며 송에게 고함을 지를 때도. 기를 쓰고 모른척했다고 외칠 때에도. 그리고 송은 슬퍼했다, 시종일관, 내내, 줄곧. 오늘은 임신했다고 말할 때 그렇게 얼굴이 일그러지지는 않았는데도, 아니 오히려 그러지 않아서 더 슬퍼보였다. 왜일까? 이 공연 초반에도 그리 일그러지지 않았었는데 그때와는 또 느낌이 달랐다. 눈물을 줄기줄기 흘리며... 잠깐 친 동지와의 대화가 끝나고 본 연극으로 들어오면서 르네를 비웃으면서 대사를 칠 때 조차 송의 목소리는 흔들리고 마치 억지로 르네를 비웃고 있는 듯이 들렸다.

- 3막 재판 장면에서 원래 꽃송은 참 침착하게, 감정을 배제한 채로, 시크한 위트를 조금 섞어서 대사를 치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전체적으로 감정이 한 꺼풀 더 덧씌워져 있었다. 재판을 받으며 담담히 제 할 말을 하는 와중에 송은 시니컬하게, (판사 혹은 르네로 대표되는 서양을) 비웃으며, 그리고 (아마도 동양사람으로써) 서양에 대해 조금 화를 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것도 좋더라. 조금 더 감정적으로 풍부한 재판 장면....

- 3막에서 다시 둘이 옛 만남을 되풀이하는 장면, 송이 평소보다 좀 더 방끗 웃었다. 그 웃음이 그냥 마냥 밝아보이거나 마냥 시니컬해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굳이 따지자면 더 슬퍼보였다.

- 둘이 치고 받고, 격렬했던 싸움이 끝날 무렵 내가!!!!!! 당신의 환상이예요... 하고 읊조리는 송의 얼굴은 이미 흠뻑 젖어있다. 거부당한, 인정받지 못한, 그렇기에 결코 제대로 사랑받을 수는 없었던 꽃송. 숭배받지 못하는 우상은 그저 돌덩어리나 초라한 상에 불과하듯, 송의 발 밑을 지탱해 온 르네의 사랑이 진실을 다 받아내지 못하고 무너졌을 때 송은 추락한다. 환상은 현실이 되며 빛이 바래고 우상은 쓰러뜨려져 초라한 입상이 된다. 사랑받지 못하는 송은 애처롭다. 르네에게 밀당을 당할 때에도, 르네가 이중외도 후 옷 벗기를 요구할 때에도 그리 송이 불쌍하지는 않았는데 진실이 거부당한 송은 참 안타깝고 애절하다.

- 그리고 르네의 눈을 가리우고 그 손길을 느낄 때, 꽃다송이 자신 혹은 숭배받는 자신의 모습에 감미롭게 도취되어 있다면 꽃송은 그 손길을 애달파하는 듯이 보인다.

- 변신 후 송과의 대치를 끝내기 위해, 르네는 송의 집으로 형상화된 공간으로 도망친다. 마치 환상으로 도망가듯이. 송과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 있었던 그 집으로 줄달음친다. 그리고 송은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 밖에 서서 내가 당신의 환상이라고 절규할 뿐이다. 이미 환상을 선택한 르네에게 그의 목소리는 닿지 못하고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돌아서는 것 뿐이다. 이 순간 꽃다송은 포기하고 돌아서고, 그리 미련을 남기지 않는 것 같은데 꽃송은 미련이 철철 흘러 넘친다. 당신에게 실망했습니다, 르네. 로 시작되는 대사는 르네를 비웃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비웃고 있다. 젖은 얼굴로 비아냥거려보지만 그 화살은 자기 자신을 되찔러 올 뿐이다. 그리고 르네의 우는 얼굴은 "당신에게 실망했다"는 말에 한층 더 일그러진다.

- 계단 중턱에서 다시는 기모노를 안 입을 겁니다, 당신 많이 후회할 걸요, 라는 대사를 치고 다시 올라가는 송의 다리는 잘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난간을 잡고 왼다리를 실어 나르듯 움직여 한 걸음 한 걸음 겨우 계단을 마저 올라갔다. 아.............

- 오늘 공연 참 좋았다. 정말 좋았다. 많이 좋았다.


+)

- 재판 장면에서 송이 잠깐 대사를 실수했다. "저는.. / 처음에는 별 건수가 없었습니다" 라고. '저는..' 쪽이 없는 부분인데, 굉장히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아니 자연스러운 걸 떠나서 그게 원래 있어야 했던 부분처럼 다가왔다. 순간적으로 주먹을 꾹 쥐고 눈은 살짝 감고(ㅅ님 제보 감사해요... ㅠㅠ) 감정에 휩쓸리려다가 냉정을 찾고 다시 말하는 사람처럼. 아우우우.


Posted by 눈꽃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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